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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집의하루
 
작성일 : 18-08-23 13:09
< 내가 알코올중독자가 된 계기에 대해서 >
 글쓴이 : 뽀글이
조회 : 1,070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처음으로 술을 맛보게 되었다. 청소년기를 사춘기 없이

보냈던 나는 그야 말로  모범생이었다.  집, 도서관, 교회를 오가며 운동을 즐겼었다.

스페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으로 들어 온 게 1998년 7월, 무더운 여름이었다.

12년 만에 한국으로 귀국한 거라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웠다, 솔직히 너무 정신없었다.

분명 나는 한국 사람인데 외국에서 12년을 살았다는 사실을 무실할 수 없었다.

학원을 다니며 입시를 준비하면서 외국에서 살다온 친구들을 하나둘씩 사귀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들과 어울리고 술잔을 들게 되었다. 그때는 조절 음주가 가능했다.

처음 필름이 끊긴 게 확실히 기억난다. 대학입학 발표가 나던 날, 내가 기대했던 서울대에

떨어지고 서강대에 합격을 해서 속상한 마음에 술을 울면서 마셨다. 술이 술술 끊임 없이 넘어갔다.

그래서인지 처음 필름이 끊기는 현상을 겪었다. 그 후로 나의 술버릇이 우는 것이 되어버렸다.

 

대학생활 동안 사람들과 아주 잘 어울리고 동아리 활동도 하면서 활발하고 재미있는 나날들을 보냈다.

그런데 한국어로 공부를 하는 것이 머리털 나고 처음이라 수업 자체도 이해하기 어려웠고

시험을 볼 때면 노력한 만큼 결과가 좋지 않아서 아주 많이 실망하고 속상했다. 시험기간에는 정말

도서관에서 몇날며칠을 밤을 샜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나는 피나는 노력을 했다.

하지만 전국에서 머리 좋은 학생들만 모인 서강대여서인지, 나는 그들을 이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종종 술을 마시며 실망한 내 자신을 위로하기도 했다. 술을 마시면서 아픔을 달래는 재미를 알게 된 것이다.

또한 활동적인 내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너무 좋아서 술자리를 자주 갖고 끝까지 남아서 맨 정신으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술이 나에게 가져다주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서서히 알게 되었다.

희로애락을 함께 해줬던 그때의 술은, 나를 위로해주는 말없는 친구였다.

 

졸업 후 의류수출업 해외영업 팀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해외영업인 만큼 남직원들이  여직원보다 많았다.

그래서인지 술자리라 자주 있었다. 특히 내 사수는 일도 열심히 하고 술도 워낙에 좋아하는 사람이라,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 술자리를 거이 매일 가졌다. 첫 직장에서 나의 평판은 아주 좋았다!

일 열심히 하고, 회식 때 분위기도 잘 띄우고, 유머럽고, 활동적인데다가  술도 아무 잘 마신다 라고 소문이 좍 났었다.

특히나 회식 자리에서 흐트러진 모습은 한 번도 보이지 않고 끝까지 정신 줄을 놓지 않고  취한 사람들을

다 택시 태워 보낼 정도로 정신이 맑었다. 그때에 술은 나를 지배하지 않았다. 술은 나에게 스트레스를 푸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했다. 즐겁게 마시는 술이야 말로 건강에 좋다고들 하지 않는가?


2번째 직장은 MR (merchandiser)로서 홍콩의 큰 기업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그 곳에는 여직원들이

90%이기 때문에 술자리는 아예 없었고 영업팀과는 다르게 업체 접대도 없었다. 회식을 하더라고 그냥 식사만

할 뿐이었다. 그런 분위기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그 속에서 마음 맞는 차장님 두 분이 계셔서

금요일 밤바다 어울려서 신사동에서 술을 즐기곤 했다. 주말에는 일로 인한 stress를 풀기 위해서 동료 한명과

함께 춤을 추러 다니곤 했다. 1차로 술을 마시고 1차로 열씸히 열정적으로 춤을 췄었다. 너무 즐거웠었다.

솔직히 이제 와서 나를 뒤돌아보면 나는 일중독이었다! 주말에도 일이 있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을 해서

혼자 일을 종종 하기도 했다. 물론 월급 이에 보수는 없었다. 그래도 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주어진 일을 잘 소화해내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했었다. 그런 나의 사회생활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그렇게 직장 생활을 6년 가까이 non-stop 으로 달렸기 때문인지, 슬럼프가 찾아와 직장을 그만두고 나에게

그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을 하겠다고 매일같이 신촌으로 나가서 술을 마시고 놀았다. 때마침 그때 집에

안 좋은 일이 있었다. 남동생은 조현병에 걸리고 엄마는 그 충격으로 인해서 불면증에 걸려서 온 가족이 난리가 났었다.

여동생은 시집을 갔었고 큰 언니는 집안일에 신경을  하나도 쓰지 않아서 내가 엄마와 남동생의 병수발을 들게 되었다.

그렇게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나는 술독에 서서히 빠지게 되었고 불면증까이라는 놈이 나에게도 찾아와 버렸다.

바로 그때부터 술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집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나가서 술로 달래고 잊어버리려고

해서 필름은 종종 끊기고 술을 하루라도 안 먹는 날이 없었다. 그리고 2년 동안 사귄 남자가 바람이 나는 바람에

더욱더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었다. 서서히 알코올중독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을 나는 그때는 몰랐다.

그냥 나는 술자리를 즐기고 술을 좋아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엄마/남동생이 조금씩 좋아져서 다시 취업을  했는데

오래 버티지 못하고 자꾸 입/퇴사를 반복했다. 그것은 바로 나의 알코올 문제 때문인 것을 첫 알코올병동에 입원해서

교육을 듣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이 병에 대해서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렇게 심한 알코올중독자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에서라도 알게 되었으니 참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이 곳, 향집에서 하루하루를

정직하고 진실 되게 생화할 수 있게 되어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향집으로 온 나 스스로에게 칭찬하고 싶다.

 

“ 그래, 뽀글아! 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부터 단주를 열심히 하고 회복자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은 이상 나의 미래는 밝을 수 있어! 다시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며 어디 한번

열심히 살아보자 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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