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여성거주시설-향나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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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집의하루
 
작성일 : 11-02-14 17:50
회복수기 2.
 글쓴이 : 희망의돌
조회 : 4,086  

회복의 자리는 양보하지 마라

박00<카프여성거주시설>

안녕하세요. 저는 향나무 집에서 회복의 길을 걷고 있는 박00입니다.

제가 7살 때 쯤 저의 첫 기억은 오빠에게 맞는 것입니다. 가난한 살림에 부모님은 일을 나가시고 6살 터울인 오빠는 무섭고 포악했습니다. 집에서는 대화가 없었고 가족이 함께 웃어본 기억이나 함께 식사를 했던 기억도 거의 없었습니다. 집이라는 곳은 늘 불안하고 조용하고 어두운 곳이라는 느낌만이 남아 있습니다.

엄마는 식당일로 바빴기 때문에 중고등학교 시절을 제 손으로 도시락을 싸야 했습니다.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날이면 학교매점에서 새우깡을 사먹곤 하였지요. 새우깡이 없으면 심하게 불안해지고 어디를 가나 새우깡은 사야한다고 강박에 시달리면서 23살 때 까지 그렇게 새우깡에 집착하고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유난히 생각이 많고 고민이 많은 아이였지만 한 번도 나의 문제를 다른 사람과 나누어 본 적은 없습니다. 이미 어른에 대한 믿음이 없었을 뿐 아니라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없는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더욱 말 수가 적어지고 내성적인 아이가 되어 갔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공부 잘하는 친구들 틈에서 상대적인 열등감이 심해졌습니다. 우울하고 공부도 별로 하고 싶지 않았어요. 나에게 아무도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작고, 못생기고, 뚱뚱하다는 수치심은 더해갔습니다. 저는 날씬해지고 싶었고 예뻐지고 싶었지요. 그런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 음식을 먹고 토하기 시작한 일입니다. 끊을 수가 없었지요.

식이장애는 그렇게 제가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결국 혼자라는 외로움 때문에 집에서 음식을 마구 마구 쌓아두고 먹고는 토하고 남과 다른 나 자신이 무서워서 울고 괴로워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21살이 되면서 불면증과 우울감으로 인해 술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술과 담배, 식이장애의 반복이 제 삶을 지배하면서 그것이 없이는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지요. 나이는 어른이 되어 갔지만 저의 마음은 7살 때의 울부짖던 매 맞는 아이처럼 불안하고 눈치보고 포장된 채로 성인아이가 되어 갔습니다.

손떨림과 불안이 심했지만 백화점에 취직을 하였습니다. 저의 문제들은 감추고 그저 다른 사람보다 훨씬 열심히 일하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술 문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일하는 중에도 몰래 술을 마시는 행동이 계속되었고 조금씩 심해졌습니다. 나중에는 직장동료들과도 눈도 못 맞추고 피해 다니기만 하며 일을 더 열심히 하는 척 했고 마음은 늘 불안하고 바빴지요. 손떨림 때문에 서류작성 하는데도 어려움은 겪었습니다. 하루 일과를 정신없이 끝내고 나면 술을 마실 수 있다는 해방감에 퇴근 후에 급하게 슈퍼로 뛰어가서 소주 2병과 과자 부스러기를 사고 1병마시고 나면 피로가 날아가는 것 같았고 비로소 안정을 찾은 듯 했습니다.

계속된 과로와 과음이 겹치던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호흡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숨이 멎을 것만 같아서 처음으로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전화를 하였지요. 그 때가 26살. 제가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술을 마신 것이 6년이 지난 후 였습니다. 마산에 있는 큰 병원에 급히 입원을 했지요. 몸에는 보라색 반점이 생기고 호흡은 더욱 불규칙해지면서 2박 3일을 물도 한잔 못 마시며 사경을 헤매다가 그곳에서 손댈 수 없다하여 부산 백병원에 다시 입원할 것을 권유 받았습니다.

119를 타고 다시 부산 백병원 응급실로. 아직도 그 긴긴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죽음의 사자를 본 것 같아요. 그리고 제 귓가에 또렷하게 들렸던 말은 ‘니 3일 후에 죽는다’였습니다. 환청과 환시가 심했고 4시간에 걸친 투석을 하였어요. 링겔을 몇 번이나 뽑고 그때에도 오직 탈출해서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만 했었지요. 중환자실 응급실로 옮겨져서 누워있으니 죽음이란게 몸으로 느껴졌지요.

제 26살 나이에 나도 어쩌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막연하게 하나님께 기도를 했습니다. ‘하나님 나에게 한번만 생명을 더 주신다면 하나님을 위해 살게요.’라고. 그 난리를 치고도 제가 심각한 알코올중독이란 사실을 알게 된 건 일반병실로 옮겨진 후였습니다. 냉장고의 물병들이 모두 소주병으로만 보이고, 엄마의 눈을 피해서 병원 옆 포장마차에 가서 소주 2병을 마시고는 술이 엉망으로 취해 침대에 너부러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 때 처음 폐쇄병동으로 가야할 것을 권유받았고 정신병원 생활이 시작된 것입니다. 길고 지루한 10여년의 입퇴원이 반복된 것이 올해 9월 30일까지의 일입니다. 이 멈출 수 없는 충동과 숙취 금단의 고통은 거의 14년 동안 계속 되었습니다.

심각한 알코올중독과 식이장애 후유증은 아직도 저의 일상생활에도 많은 어려움을 줍니다. 내 삶의 모든 질서가 무너져 있기 때문에 하루 이틀 걸려 고쳐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요즘 저의 12월 목표가 ‘잠을 잘 자는 아이’가 되는 것입니다. 10시에 잠들고 6시에 일어나는 일이 저에게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릅니다. 잘 먹고 잘 자는 것만 해결된다면 정말 행복해질 것 같은데 기본에 충실해지기 위해 날마다 노력하는 중입니다.

한번씩 과식으로 힘이 들 때면 제가 제 스스로를 위로하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오랜시간 중독자로 살았는데 어떻게 쉽게 좋아지겠어.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 괜찮아. 포지하지만 않으면 돼!’

지금은 회복할 수 있는 곳에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향나무집에 와서 저는 회복을 시작하였습니다. 예전에 막연하게 바라고 바라던 꿈을 선명하게 떠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은 나에게 날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주시고 용기를 주십니다. 제가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도 같습니다. 연약하고 부족한 저를 통해 하나님께서 하실 일을 기대하며 울퉁불퉁했던 저의 모난 성격을 다듬어 가십니다.

14년간을 술의 노예로 살았지만 망가진 제 인생도 회복할 수 있다고 향나무집으로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AA모임도 일주일에 두 번씩 비가 오나 눈이오나 다니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셨습니다.

새 생명을 주신 것도 감사한데 모든 좋은 것으로 채워 주시고, 좋은 원장님과 스텝 선생님, 향나무집 선생님들과 만남의 축복까지 주셔서 저는 비로소 공동체의 일원으로, 한 인간으로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똑바로 보고 있습니다.

저는 술을 끊고 회복의 증인이 되고 싶습니다.

이제 저는 제 삶을 포기할 수 가 없습니다. 엄마가 저를 포기하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평생 회복하면서 사랑의 빚을 갚을 것이라고 다짐합니다.

이제 겨우 향나무집에서 2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제 2의 가족들을 만나서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랑과 관심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고 가족은 어찌해야 하는가를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인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12월을 보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그리고 예쁘게 회복해 가면서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이번 경험담을 준비하면서 이은숙 원장님께서 ‘회복하는 자리는 양보하지 마라’ 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런 기회가 저에게는 회복의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랑합니다. 우리 가족~~~


이경철 11-06-09 15:07
 
너무 늦었나 생각했지만 아직 늦지 않았더라구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희망 하나가 내가 세상을 사는 이유랍니다.
님 힘 내는 모습이 너무 예뻐요.
이 미선 선생님만 살 찔께 아니라 님도 살쪄야 되요.
무럭무럭 뽀빠이처럼 힘 하나로 살 수 있도록 많이 먹고 힘내요.
님의 회복은 우리 모두의 바램입니다.
모임에서 경험담에 오해가 있어서 변명 안했어요.
5단계냐 10단계냐는 이야기하면 화낼까봐 그냥 들었어요.
그래서 어제도 경험담 안했답니다.
유희가 경험담 부탁했었는데...
아무튼 살다보면 서로 이해하게 될 거라 믿습니다.
더워서 더욱 더 어깨에 힘 빼기 좋은 날!
오늘도 그저 고맙게 맑은 정신 유지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주일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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