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선생님을 본 것은 2005년 카프이용센터 참사랑의 외부 회복자들을 위한 모임에서였지요.
음주를 즐기며 적당히 취해있는 상태에 번지르르한 말로 도배한 자기한탄이 끝없이 이어졌어요.
술 취해 할 수 있는 모든 행패는 다 부리던 사람이었지요.
노숙 중에 다리도 부러지고 몸도 상하자 다시 카프로 오셔서 살려달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감나무집을 졸업하시고 숲해설가의 길을 시작하셨지요.

이선생님이 회복하신지 6년이 지났습니다.
그 시간 동안 당당한 숲해설가로서 숲을 찾는 많은 회복후배들에게 조언과 사랑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지난 6월 고운미의 날 진행 할 때도 숲과 자신의 회복에 대한 얘기는 물론 그 많은 인원에게 수박을 간식으로 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런 이선생님이 계셔서 숲에 갈 때마다 든든했고 감사했습니다.

그 분이 8일 운명을 달리하셨습니다.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아시고 다시 술을 마셔버릴까 하는 갈등도 있으셨습니다.
그러나 ‘신이 술에서도 구해주셨는데 한 번 더 살려 주시겠지요“ 하셨던 바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곁을 떠나셨습니다.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살만하니까 돌아가시는 듯해 속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이 마지막을 정리했던 모습을 생각하면 숙연해집니다.
몸이 움직일 수 있는 순간까지 숲해설가의 일을 계속하셨습니다.
병원에 입원 전 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후 그 목사님께 자신의 장례를 부탁하셨습니다.
사례관리선생님께 가족들을 부탁하셨구요.
그리고 카프가 보이는 곳에서 삶을 마감하고 싶다며 병원비로 모아둔 돈을 갖고 재단 옆 일산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그분의 임종도 청수회동료(카프회복자직장인모임)가 지켰습니다.
가족들은 장례식도 안하겠다고 하였지만 청수회 형님들이 마음을 다해서 동생의 가는 길을 의논하고 적극적으로 장례일을 도우셨습니다.
상처로, 멀리 있던 아내와 아들도 화장을 마치고는 미소를 띄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냥 중독자로 세상을 떠났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며 마음을 쓰지는 못했을겁니다.
어쩌면 술마시고 행패부리며 사느니 잘갔다는 소리를 들었을 수도 있겠죠.
6년이라는 짧은 회복의 기간 동안 철저하게 보상하며 최선을 다한 선생님의 삶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열어주었고, 희망을 주었고, 회복자의 죽음의 전형을 보여주었습니다.
중독자의 모습으로 기억하는 가족들에게 남편의, 아버지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빈소를 찾아와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와하며, 받았던 고마움들을 전해들으며 가족들은 많은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아마도 이것이 이선생님이 가족에게, 그리고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으셨던 가장 큰 선물이겠지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이선생님

하늘나라에서 진정한 안식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했습니다.